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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따로 가는 ‘지자체 탄소중립’ - 경기도, 산업·수송·가정 등 모든 영역 에너지 전환 시급 - 조직은 열악, 예산은 외면··· 허울뿐인 특위 전락 우려
  • 기사등록 2021-06-24 0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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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7일 '경기도 기후대응, 산업전환 특별위원회' 출범식 당시 /사진출처=경기도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전환 가능성을 판가름할 중요한 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는 탓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광역지자체 별로 집계한 결과, 2018년 한해에만 약 1억3000만톤(최종에너지 소비 기준)의 이산화탄소가 경기도에서 배출됐다. 같은 해 국내 전체 배출의 17.9%에 이르는 전국 최고치다.

부문별로는 산업에서 가장 많이 배출됐고(35%) 이어 수송(22.7%), 가정(21.6%), 상업·공공(20.7%)이 대체로 고르게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배출의 대부분인 86.4%가 집중됐다.

즉, 각 영역별 맞춤형 대책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면서 에너지 전환도 가속화돼야 할 지역이란 얘기다.

최근 ‘경기도 기후대응·산업전환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출범한 것도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특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도에 제시하는 역할이다.

특별위원회 출범은 했지만

조명래 전 환경부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기후·에너지·환경·경제·산업 분야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경기도에서는 실장급 2명(기획조정실장, 경제실장)과 환경국장이 포함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출범식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조언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조명래 공동위원장은 “사회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는 탄소중립이 가능하려면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 대안들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작용할지다. 경기도 정책에 실제로 반영되면서 필요한 사업이 추진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경기도는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지적부터 따져봐야 한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6월17일 열린 ‘수원 녹색전환 및 탄소중립포럼’에서 이 같은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이행하면서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데, 중앙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설정해서 보조금을 주면 장기적인 계획만 수립해 놓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산업, 수송, 가정, 공공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큰 편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영역별 맞춤형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진출처=경기도


또 “기존에 세웠던 계획을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계획이 없어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속적으로 이행할 동력이 부족한 경기도가 이전과 같은 방식을 반복한다면,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과제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우선 에너지와 교통, 도시, 건축, 산업 등이 포괄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 부서간 협력할 매커니즘이 없다는 평가다.

예산·조직·인력 ‘삼중고’

경기도형 그린뉴딜의 일환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살펴보면 총 31개 사업으로 나눠 추진된다.

그런데 이 중 25개가 ‘기후에너지정책과’ 한 부서에 몰려있다. 에너지 전환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 경기도의 실정을 감안하면 세심한 정책이 나올 수 있겠냐는 우려와도 연결된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의 컨트롤타워도 사실상 없다.

환경과 관련된 사업의 추진력을 키우기 위해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 제기된다.

경기도의회 소속(도시환경위원회) 의원들은 올해 초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환경‘국’의 단위에서 탈피해 최소 ‘실’급으로 격상돼야 정부와 시·군 사이에서 경기도 만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조직정비를 위한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 경기도에서 추진되는 환경 관련 사업 가운데 도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도비)을 들이는 비율은 전체의 5.3% 정도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중앙정부의 국가예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보기 위한 정책적 시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체적인 통계를 마련하고 연구 성과를 축적하는 활동에 지장이 간다면 그만큼 제도적 기반으로도 활용할 수 없어 악순환이다.

기반이 없으니 새로운 정책을 찾아 나설 수도 없다. 관리를 위한 기초인 모니터링 체계부터 제대로 깔려있지 않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지난 6월17일 진행된 '수원 녹색전환 및 탄소중립 포럼'에서 발표 중인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온라인 캡처


고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도의 위상에 비해 기후변화는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고 인프라가 미흡하다”면서 “조직과 인력 그리고 예산 구조가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경기도 살림에 스며들까

지역적인 맥락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인구 유입이 빠르고 도시개발의 압력도 큰 상황에서 시·군별 여건을 고려한 융통성 있는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문제가 산하 지자체의 도움 없이 경기도 자체 예산과 인력으로만 해결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규제할건 규제하되 지자체의 협력을 유도할 뚜렷한 정책적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를테면, 신규 개발사업을 사전에 컨트롤 하기 위한 ‘탄소인지예산’과 ‘기후변화영향평가’의 선제적인 도입이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경기도가 탄소중립을 도시계획에 준하는 최상위에 올려놓고, 사회와 경제 등 부문별 전략을 여기에 맞추도록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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