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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창간기획]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 인터뷰 - “환경‧경제는 수레바퀴처럼 같은 방향‧속도로 나아가야”
  • 기사등록 2023-10-13 00: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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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8월28일 취임한 22대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은 1978년 출범해 

          보건, 기후·대개, 물, 자원·에너지, 생활환경 등 다양한 환경연구를 수행해 왔다.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이 8월28일 취임 후 첫 행보가 시멘트 공장이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는 30년 가까이 경제와 환경정책을 아우르는 업무를 주도했다. 환경부 환경경제정책관, 대기환경정책관, 기후변화정책관을 거쳐 기후탄소정책실장을 역임한 신임 국립환경과학원장이 충북 단양 한일시멘트 공장 방문을 첫 행보로 결정한 후 추진될 과제들이 궁금할 뿐이었다.

시멘트 업종은 탄소배출, 대기오염물질 배출, 자원순환업 정책 과제 실행, 폐기물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 등 기후변화, 산업, 경제 분야와 다양한 관계로 얽혀 있다.

금한승 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소통과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대안 마련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시멘트 업종과 관련해 “여러 과제들이 중첩돼 종합적인 환경관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금 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핵심 환경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부문이 시멘트 업종으로 미세먼지 저감, 통합환경관리,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서도 소통과 협업이 필요한 시멘트 공장을 첫 방문지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학원의 우수한 연구진들은 다양한 업계가 직면한 환경문제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발굴해 수행할 것”이라고 말한 금한승 원장이 이끌 국립환경과학원은 어떻게 달라질까. 금 원장은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인 데이터 정보 공개와 분석으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뜻도 내비쳤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금한승 원장을 9월 25일 집무실에서 만나 임기 내 계획을 들어봤다.

환경과 경제의 상생·조화 위한 선례 기대

Q. 취임 후 첫 방문 장소로 시멘트 공장을 선택한 특별한 의미가 있나

첫 번째 방문 장소는 충북 단양군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이었다. 국가 기간산업인 시멘트 업종은 국정과제인 순환경제 달성에도 중요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미세먼지 이슈 등 여러 환경 문제와도 깊이 관련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환경과 경제의 상생·조화를 위해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여러 가지 환경이슈가 어우러진 시멘트 제조업은 통합환경관리제도(환경오염시설허가) 대상 업종으로 지정됐다. 시멘트 업종은 공정상 온실가스를 줄이기 쉽지 않다.

수레의 앞뒤 바퀴처럼 환경과 경제는 같은 방향과 속도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업과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단양 공장 현장에서는 강화되는 환경기준에 대한 시멘트 업계의 대응 방안과 어려움을 청취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연구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논의했다.

Q. 취임사에서 과학적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2024년 R&D 환경연구 정보화 기반 구축을 위한 핵심 추진 과제는 무엇인가가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연구하고 조사한 데이터를 뉴스에서 이전보다 자주 보게 됐다.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확한 근거에 기반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과학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데이터에 부합하는 대안 제시도 과학원의 일이다. 미세먼지 등 오염원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놓고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과학 기반의 환경정책 수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과학원은 국가연구기관으로써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나라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환경 분야 등 과학원 역량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히 지원하고, 법정 집행업무나 동떨어진 연구들은 최대한 효율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물, 대기 등 전통적인 오염 문제부터 기후위기와 플라스틱 폐기물 급증 등 인류 생존까지 위협하는 환경이슈에 직면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혁신에 기반한 환경정책을 확립해야 하고 국립환경과학원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과학원이 축적한 데이터와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위성, 레이저, 인공지능(AI) 등을 환경연구에 적극 도입하고자 한다. 환경위성을 활용한 오염기여도 평가, 원격관측 기반의 녹조 및 수생태 환경변화 예측 연구를 강화하겠다.

더불어 굴뚝 등 개별 오염원 중심의 관리에서 통합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연구를 확대하고 안정동위원소를 활용한 오염원 추적기술, 드론과 분광 장비를 활용한 사업장 펜스라인 원격감시 등의 연구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 시멘트 사업의 질소산화물 제거기술, 철강 업종의 수소환원 제철기술 등도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다.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제라면 조정해야

Q. 환경경제정책관, 기후변화정책관, 기후탄소정책실장 등 경제와 환경 정책을 아우르는 업무를 주도해 왔다. 최근 ‘킬러규제’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는데, 환경영향평가와 화학물질규제가 혁파 우선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환경영향평가와 화학물질규제는 지금 시점에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규제대로 된 규제가 제때 작동하면 된다. 규제가 많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중첩된 규제도 많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가 있다면 조정해야 한다. 규제의 질을 높여 가야 할 시기다. 과거 환경보전과 국민건강을 위해 해외 사례를 참고해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이 과거에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 국내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 삶과 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환경문제 양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개발과 보전에 대한 이해 당사자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환경규제도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적용하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환경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민 건강 보호라는 애초 목표와 관계없이 기업 경쟁력과 국민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낡은 규제가 된다.

앞으로도 국립환경과학원은 환경규제 현장을 직접 살피고,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해 기업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 올바르게 전달하겠다.

Q. 전국 연평균 오존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 오존 첫 발령일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과학원이 예측하는 앞으로의 오존 농도 증가 정도와 관리 방안은 무엇인가

전국 연평균 오존 농도는 1989년 0.011ppm에서 2022년 0.032ppm까지 증가했다. 오존주의보 첫 발령일도 빨라지고 있다. 2005년 오존주의보 첫 발령일은 5월29일이었으나 지난해 4월18일로 앞당겨진 후 올해는 3월22일이 첫 발령일이었다.

2016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결과(한반도 피해가 최소화되는 동아시아 최적화 기후변화 시나리오 개발 Ⅲ)에 따르면 2050년(저성장을 고려하는 배출량 시나리오) 서울과 인천의 여름철 오존 농도는 2000년 대비 각각 5.9ppb, 2.3ppb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은 직접 배출되지 않고 대기 중에서 생성돼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및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관리가 필요하다. 오존 농도는 VOCs 농도가 높을수록 상승하며 NOx 농도가 높을수록 일정 수준까지 상승하다 고농도에서는 낮아진다.

단기적으로 오존은 NOx와 VOCs 등 대기오염물질을 통합해 고농도 시기별 집중 관리하고, 지역별로 발생원인 물질의 배출 특성을 파악해 관리해야 한다.

수도권 지역은 NOx 고농도 지역으로 VOCs를 집중 관리할 경우 오존 감소 효과가 있는 반면에, 수도권 외 지역은 NOx 저농도 지역으로 NOx를 저감할 경우 오존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오존은 기후위기와 연계해 정부 및 지자체 중심으로 기업과 국민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통합관리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과학적 기반 연구를 통한 정책 수립 지원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한 국제 협력 강화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을 동시에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Q. 최근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이 주목받고 있다. 지천이 많은 대한민국의 경우 지천에서 한강과 하수처리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정보는 국민들이 거의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진행 중인 사업과 추후 계획은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을 중심으로 한 관련 연구가 국내외에서 많이 진행돼 왔다. 현재는 담수를 포함한 거의 모든 환경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6년부터 하천 및 하수처리장을 대상으로 담수 환경에서의 미세플라스틱 분석 방법 개발과 적용성에 대한 조사·연구를 선도적으로 시작했다.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이끌고 있는 과학원은 현재 표준화돼 있지 않은 미세플라스틱 분석 방법을 국내외적으로 표준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4대강과 주요 지천을 대상으로 물과 퇴적물에서의 미세플라스틱 분포 조사를 지속적으로 수행 중이며, 강우 시 대기와 도로 등 비점오염원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양과 유입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과학원은 미세플라스틱 연구보고서, 보도자료, 자료집 발간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정보가 국민들에게 쉽게 전달되도록 할 것이다.

Q. 지난 3년간 가연성폐기물 발생량은 연평균 9.3%나 증가했다. 특히 시멘트 소성로 가연성 폐기물 처리량은 연평균 28.1% 증가했다. 2010년 이전 설치한 소성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오염물질 배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사업과 계획이 있다면

시멘트 관련 환경이슈는 오래전부터 국민들에게 인식돼 왔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시멘트 1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월 중금속, 방사능 모니터링을 해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시멘트 업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한편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고 폐자원 다량 이용에 따른 타 산업계의 우려 등 다양한 환경이슈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모니터링해 홈페이지에 정보를 공개하고, 사업장에서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시멘트 6가크롬 분석 방법 및 관리 기준의 적합성과 시멘트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폐기물(보조연료)의 유해물질 기여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멘트 제품 관리체계 선진화 연구(2023.4.20.~11.19)와 시멘트 함유 유해물질 기여도 조사(2023.6.15.~2024.4.15.)를 진행 중에 있다. 해당 연구결과를 토대로 시멘트 제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배출량 기준 강화, 총량재 도입 등 다양한 환경정책을 통해 시멘트 소성로의 폐기물 처리량은 증가해 왔으나 오히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실제 유해물질 배출 수준은 배출허용기준 대비 낮은 수준으로 배출하고 있다. 과학원에서는 이러한 시멘트 사업장의 환경오염물질 수준이나 현장 애로사항들을 수렴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가 먹고사는 문제라면 기후변화는 죽고사는 문제다. 즉, 기후변화는 생존 문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세대를 위한 것 아니다. 현재 우리에게 닥쳐온 현실이다.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면 우리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 에너지 사용량과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차 사용 극대화 등 생활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최대한 나서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과학과 기술로 기후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국토, 연안,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예측한다. 기후적응 전문 연구기관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사회전반에 걸친 기후위기 파급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과학원은 실측 데이터베이스, 인공지능, 환경위성 등 첨단 인프라와 연구 역량을 결집해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INFO! 올해 3월 개소한 국가환경보건시료은행은?]
인체유래물 장기 보관 연구시설,
몸속 유해물질 과거와 현재 노출 정보 파악
건강정보 연계해 환경성질환 연구 활용··· 모니터링·데이터 분석실 운영

올해 3월29일 국립환경과학원 관내에 인체유래물 시료 연구시설인 국가환경보건시료은행(이하 보건시료은행)이 개소했다. 보건시료은행은 사람 혈액이나 소변, 유전체 시료와 같은 인체유래물을 수집해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다.

인체유래물은 몸속 유해물질의 과거와 현재 노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며, 건강정보와 연계해 환경성질환 연구에 대한 활용 가치가 크다. 특히 중장기 보관 시료는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건강영향의 인과 규명 등 연구 활용성을 확장시킬 수 있어 관련 학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질병의 원인 규명 등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바이오뱅크가 운영되고 있지만 환경성질환 연구를 위한 바이오뱅크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환경부는 2009년 환경보건법 시행 이후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어린이 환경보건출생코호트 등 여러 환경보건 조사연구사업을 통해 인체유래물을 수집하고 있다. 수집된 인체유래물은 보건시료은행 초저온(-150℃ 이하) 시스템에서 장기 보관된다. 과학원은 이 같은 과학적 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환경유해인자 노출과 건강영향관련 연구를 추진한다.

보건시료은행은 약 250만 점의 생체시료를 초저온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시료 저장실과 시설을 관리·제어하는 모니터링실, 데이터 분석실 등 총 16실로 구성됐으며 지상 2층, 총면적 2032㎢ 규모로 구축됐다. 시료저장실에서는 초저온 기계식 냉동고 60대, 액체질소냉동고 50대가 운영된다.

김수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 과장은 “환경부 인체유래물 수집 조사연구 사업은 환경보건법 및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근거하며 시간이 지나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건시료은행의 시료들은 인체유래물을 장기간 보관해 5년 전, 또는 10년 전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어떤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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